하루는 비류왕 송양이 사냥을 하러 나왔다가 우연히 동명왕을 만났다.
“그대는 어떠한 분이며 어느 곳에서 오셨소이까?”
동명왕은 당당한 표정으로 대답하였다.
“과인은 천제의 손자요, 서국의 왕입니다. 감히 묻노니, 왕께서는 누구의 후손이오?”
송양은 자기도 모르게 우쭐해져 이렇게 말했다.
“나는 선인의 후예로 여러 대에 걸쳐서 왕 노릇을 해 왔소이다. 아시다시피 지금 이곳은 매우 작아서 두 사람이 다스릴 수 없소. 그대는 나라를 세운 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 내 밑으로 들어와 나를 섬기는 것이 좋을 것이요.”
그러자 동명왕은 단호한 어조로 송양에게 말했다.
“과인은 천제의 뒤를 이었지만, 그대는 신의 후손도 아니면서 함부로 왕이라고 일컫고 있소. 내게 복종하지 않는다면 하늘이 반드시 그대를 멸할 것이오.”
송양은 동명왕이 말끝마다 스스로를 천제의 손자라고 하자 의심스러운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송양은 동명왕에게 제안하였다.
“당신이 정말 천제의 손자라면 분명 뛰어난 재주가 있을 것이오. 활쏘기로 한번 겨뤄 봅시다.”
송양은 즉시 사슴 한 마리를 그린 과녁을 준비해서 백 걸음 밖에 세워 두었다.
그리고 먼저 활을 당겨서 화살을 쏘았다. 화살이 사슴 배꼽에 이르지도 못했는데 아주 힘겨워 보였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동명왕은 사람을 시켜서 옥가락지 하나를 백 걸음 밖에 달아매게 하였다. 동명왕이 활을 쏘자 옥가락지는 기왓장 부서지듯 산산조각 났다.
송양은 너무 놀라 할 말을 잃었다.
이후로 비류국과 고구려는 정기적으로 사신을 보내며 예를 표하였다. 그러나 비류국은 여전히 신흥 국가인 고구려를
어느 날 동명왕이 탄식했다.
“나라의 기반이 새로 만들어져 고각의 위엄이 없다. 그래서 비류국의 사신이 오갈 때, 내가 그들을 왕으로서 대하지 못하니 그들이 나를 가볍게 여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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